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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eedom Writers를 보고 - 글쓰기는 어렵다?


글쓰기는 어렵다. 오늘 일어났던 일들을 나열하는 단순한 형태의 일기를 작성하더라도, 빈 종이를 바라보며 펜을 들고 생각을 ‘해야’한다. 내 머릿속에 있는 자료들을 불러오는 ‘생각’이라는 작업은, 시간을 필요로 할 뿐만 아니라 머리를 아프게 하는 부작용까지 가지고 있다. 머릿속에 저장되어 있는 수많은 기억들을 자동으로 뽑아내 기록해주는 기계가 발명된다면 인생이 정말 편리해질 것이다. 하지만 나는 이런 기계가 있더라고 사용하지는 않을 것이다. 글쓰기는 단순 사실의 기록보다 더 많은 기능을 하기 때문이다.

일기를 기록하는데 있어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오늘 일어났던 일들에 대해 생각해내는 것이다. 그러고자 한다면, 내가 중요하게 생각했던 오늘의 이벤트들이 자동으로 정렬되어 떠오를 것이다. 즉, ‘오늘 무슨 일이 있었지?’하고 아무 생각 없이 궁금해 하고 있자면 두뇌라는 녀석이 ‘여기 대령이요!’ 하고 오늘의 빅뉴스를 전해 준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 뉴스가 왜 중요한 것인지에 대한 근거는 같이 따라오지 않는다. 해답은 알려주면서 풀이과정을 알려주지 않는 고약한 수학선생님 같이 말이다. 

어린나이에 일기를 쓰는 경우 그저 사건들을 나열하지만, 점점 나이를 먹으면서 우리에게 요구되는 일기분량이 늘어나고, 자신을 표현하고자하는 마음이 강해지면서, 우리는 그 근거를 찾아 기록하기 위하여 ‘왜?’라는 끊임없는 자신에 대한 질문으로 풀이를 시작한다. ‘친한 친구가 죽었다. 왜? 인종전쟁 때문에. 왜 인종전쟁이 발생했을까? ...’ 매일같이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서라도, 일기를 쓰다보면 자연스레 그 이유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그러다보면 당연하다고 생각되던 것에도 비판을 할 수 있으며, 타당하지 않은 세상의 틀에서 벗어날 수 있다. 일기-를 포함한 글쓰기-가 자신에 대해 되돌아보고 자신과 주위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는 변화의 도구로서 작용하는 것이다.

203호의 그루웰 선생님은, 국어 선생님으로서, 아마 글쓰기의 이러한 순기능을 잘 이해하고 있었기에 학생들에게 일기를 쓰도록 권유했을 것이다. 글쓰기에 익숙하지 않고 기존의 교육체제에 거부감을 가지고 있던 학생들에게, 일기를 쓰는 것은 매우 당황스러운 작업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선생님의 꺾이지 않는 열정과 부드러운 리더십으로, 학생들이 마음의 문을 열고 신뢰하면서 일기쓰기가 활성화 되었고, 이로서 개개인과 그룹의 삶이 변화되었다고 생각한다. 글쓰기로 인생이 변하다니! 

‘프리덤 라이터스’ 영화를 보면서, 이 영화는 ‘인종에 대한 차별과 편견의 벽이 허물어지는 아름다운 과정을 담은 영화’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글을 쓰려다 보니 예상하지 않았던 ‘글쓰기의 중요성’에 대해 글을 쓰게 되었다. 글쓰기는 이처럼 새로운 것을 발견해주는 도구로서도 작용한다. 사실 글쓰기는 어렵지 않다. 우리가 대화하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단지 말(생각)을 글로 옮겨 쓰는 것이 익숙하지 않을 뿐이다. 안네의 일기가 잘 써진 글이라 평가받는 이유는, 안네가 ‘일기’와 진심으로 ‘대화’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 영화를 통하여 인종문제에 대한 재인식의 계기가 됨과 동시에, 글쓰기가 친숙해지고, 이를 통해 삶 또한 변화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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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감상 후엔 책을 보는것도 좋다, 우리나라에서는 '프리덤 라이터스 다이어리'라는 제목으로 번역되어 발간되었는데, 책의 앞부분에는 실제 주인공들의 사진이 첨부되어 있다. 사진을 보다보면 영화에서의 등장인물들을 찾아낼 정도로 실제인물들과 영화배우들의 외모가 매우 비슷하여, 캐스팅에 신경쓴 사실을 알 수 있다. 단 그루웰 선생님은 그 역을 맡은 힐러리 스웽크 Hilary Swank에서 보여준 마른체형과 다소 파인 눈매와는 이미지가 약간 다르다. 글을 쓸때 그루웰 선생님의 열정과 포용력도 언급하려 했으나 '글쓰기의 중요성'에 대해 초점을 맞추다 보니 쓸 자리가 마땅치 않아 넣지 못했다 지못미ㅠ

아무튼 책에서는 10대시절의 고민과 인종전쟁에 대한 두려움이 잘 드러나 있으며, 번역도 깔끔하게 잘 되어 읽기도 수월했다. 하지만 순화되어 번역되었다는 인상은 지우기 힘들어, 원본을 보고는 싶은데 구하기가 쉽지 않다. 중간중간 끼어있는 그루웰 선생님의 일기는 학생들을 위하여 고심하고 노력하는 모습, 주위의 편견에 마음 아파하는 마음을 엿볼 수 있어서 좋다, 또한 학생들이 신념을 가지고 변화하며, 점차 넓은 꿈을 향하여 도전하는 모습은 영화에서의 것과 또다른 감동을 준다.

영화는 처음에 빠른속도로 전개되다가(액션 영화마냥 스릴이 넘찬다), 시간이 갈수록 진행이 점점 느려지며 감동을 선사하는 장면이 많이 들어가는 형태로 변하기 때문에 뒷부분은 약간 지루할 수 있다. 감동을 유도하려는 면이 없잖아 있어서 오글거릴 수도 있다. 하지만 모두의 염원이 이루어지는 마지막 장면은 "모두들 수고가 많았다!"라는 말을 내뱉고 싶도록 만든다. 세세한 부분 하나하나까지도 잘 묘사한 모든 연기자들의 일품 연기와 상황과 잘어울리는 배경음악, 그리고 나레이션은 영화의 몰입도를 높이는데 큰 역할을 했다.

궁금한 것은 이 그루웰 선생님의 교육방법이 현재 어떻게 적용되고 있느냐는 것이다. 다소 '특수반' 와 같은 이미지를 풍기는 203호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그루웰선생님과 같은-자신의 것 마저 포기할 수 있는- 열정적인 선생님과 이를 뒷받침 해줄 수 있는 관계자와 제도, 그리고 자원이 필요하다. 오랜기간동안 쌓아온 교육방법으로 이루어진 교육시스템에서, 이런 변칙사항들을 적용하는것은 분명 어려운 일이라 생각된다. 그리고 이러한 변칙을 적용하는데에 있어서 기존 교사들의 반발 또한 무시할 수 없을테고... 이것은 조사하기 힘들것 같아 그냥 개인적인 궁금증으로 남겨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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