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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로맨서를 읽고 #1. 매트릭스와 시대상황



미래상을 그리는 책들을 좋아한다. 특히 인공지능이 미래의 인간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그리고 인간과 기계가 결합된 사이보그들의 출현과 그에 따른 작용들에 대해 생각하는것을 좋아한다. 우연찮게 패턴 인식(Pattern Recognition)에 대한 자료를 찾다 보니 동일한 제목의 소설을 쓴 윌리엄 깁슨이 검색되었고, 그의 저서들 가운데 번역본이 있는 뉴로맨서를 우선 보게되었다. 그에 대해 검색해보니 이전에 봤었던 코드명 J(Johnny Mnemonic) 영화도 그의 작품을 기반으로 만들어졌었고, 특히 뉴로맨성에서 나왔던 기억저장소라는 개념이 추후에 나온 그 작품을 통하여 더욱 구체화 되었다는것도 알게되었다.

 

이 소설은 시대의 배경을 너무나 섬세하게 서술해놓았다. 그래서 처음 접하는 독자는 초반에 읽기가 상당히 지루하다. 그는 이 책에서 등장하는 다양한 용어들에 대해 직접적으로 서술하지 않기 떄문에(호노카가 무엇인지 등), 그가 장황하게 남겨놓은 힌트를 바탕으로 그것들에 대해 유추해야 한다. 저자는 마치 자기 자신이 그 시대에 살고있는것처럼, 아무런 거리낌 없이 그러한 개념을 쏟아내기 때문에 우리는 그것들을 자연스럽게 소화하고 따라 흘러가야 한다. 우리가 일기를 쓸때 컴퓨터니 핸드폰이니등에 대해 언급하지만, 그들이 무엇이며 작동방법등이 어떻게 되는가에 대해 열거하지 않는것과 마찬가지이다. 뉴로맨서에 대한 글은 여러개로 분리해서 작성할 예정이고, 우선 첫번째 글로 이 소설에서 등장하는 매트릭스의 묘사와 시대상황에 대해 서술해 본다.

 

* 매트릭스에 접속하는 방법과 그 광경

메트릭스에 접속하기 위해서는 납작한 센다이 피부 전극을 건드리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검은 보풀이 달린 땀 흡수용 밴드를 이마에 두른다. 덱은 무릎에 올려놓을 수 있다. 덱의 전원스위치를 누르면 눈 안쪽의 핏빛 어둠속에서 공간의 바깥쪽에서 안으로 은색 섬광이 끓어오르며, 필름의 아무 프레임이나 잡아  상영을 시작한 것 같은 몽환적인 영상이 달리며 지나간다. 기호와 도형과 얼굴들. 흐릿하고 단편적인 시각의 만다라. 지바의 하늘과 같은 디스크가 돌기 시작하면 더 빨라질수록 더 창백한 잿빛 구가 된다. 그리고 팽창하면서 액체 네온이 종이접기처럼 흘러들어온다. 코앞에 있던 고향이 펼쳐지면서 나라가 되고, 투명한 3차원 체스 판이 펼쳐지면서 무한으로 확장한다. 내부의 눈을 떠 미쓰비시 은행의 초록색 입방체 너머에서 진홍색으로 불타고 있는, 계단식으로 상승하는 동부 연안 원자력 기구의 피라미드를 볼 수 있다. 아득히 멀리 저 높은 곳에는 절대 도달할 수 없는 군사시스템의 나선형 팔이 있다. 전극을 뽑으면 매트릭스에서 나올수 있다. 보안 시스템에 침입하는 도중에 '전속 역전' 명령을 입력하면 매트릭스가 뒤로 물러나며 흐릿해지며 후퇴한다.

 

* 매트릭스 내부의 시각적 구조

무한하게 펼처진 파란 공간에는 희미한 푸른빛의 네온 격자가 조밀하게 쳐져 있고, 거기에 색색으로 구별된 구들이 매달려 있다. 매트릭스의 공간 아닌 공간에서 특정 자료 구조물은 주관적으로 무한한 차원을 지니고 있다. 어린아이의 장남감 계산기 조차 끝없는 무의 심연에 몇 안되는 기본 명령 체계가 매달린 모습으로 보인다. 자료는 투명한 궤도를 따라가듯 구체들 사이를 통과하며 미끄러짐으로써 자료를 찾아낼 수 있다. 키를 조종해 구체 안으로 들어간다. 구의 윗면은 별 하나 없는 밤처럼 푸르고 차가웠으며 성에가 낀 유리처럼 부드러워 보인다. 핵심적인 보관 명령 체계에 어떤 변화를 주는 보조 프로그램을 구동시켜서 데이터를 훔쳐오는것이 가능하다.

 

* 타인의 감각을 자신의 감각과 연결하는 방법

"Wire it into your Sendai here, you can access live or recorded Simstim without having to jack out of the matrix"

우선 센다이(사이버스페이스 덱)을 사용하면 플레이어는 심스팀을 통해 '대상 캐릭터'의 감각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단, 상용모델에서는 플레이어에게 주는 자극은 선택적이다. 즉, 캐릭터가 두통을 느껴도 플레이어는 두통을 느끼지 않도록 수정되었다. 플레이어는 우선 사이버 스페이스에 접속한 후, 특정 캐릭터로 자신을 이입한다. '핀'이 제공해준 스위치를 누르면 다른 사람의 육체로 들어갈 수 있다. 그러면 매트릭스가 사라지고 소리와 색의 물결이 다가온다. 캐릭터(대상 인물)의 청각, 촉각, 시각등의 신경정보가 넘어와 실제로 느껴진다. 단, 대상의 행동에 변화를 줄 수 없는 단방향, 수동적인 입장으로 접속이 이루어진다. 물론 다시 스위치를 누르면 다시 사이버스페이스로 돌아갈 수 있다. 왠만해서는 잘 알아차리기 힘들지만, 자신을 업그레이드해서 감각이 예민해진 사람들은 상대(캐릭터)가 플레이어와 연결되었는지의 여부를 파악해낼 수 있다.

 

*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AI)의 상황

모든 AI는 자신을 식별하는 코드를 가지고 있다(ex. 윈터뮤트, 뉴로맨서). 모든 AI에는 자율성이 금지되어있으며 튜링(인공지능 감시 기관) 등록번호가 부여된다. 베른에 위치한 AI는, 법률 35조의 적용을 받아서 스위스 국적만 갖도록 되어있다. 인공지능의 능력은 개(애완견) 수준에서부터 정말 똑똑한 AI는 튜링 경찰측에서 감시할 정도이다. 똑똑한 AI는 대개 군사용이다. AI는 자신에 대한 소유권을 가질 수 있으며, 윈터뮤트의 경우 스위스 국적을 가지고 있지만 기본 프로그램과 본체는 테시어 애시풀 소유이다.

'자네의 두뇌와 지식은 내 소유지만 자네의 생각은 스위스 국민이라는건가'


만약 AI가 너무나 똑똑해 지면 인간의 행동과 AI의 행동을 구분할 수 없기 때문에 혼란이 발생할 것이다. 따라서 AI가 조금이라도 더 영리해질 방법을 생각하는 순간, 튜링경찰에서는 해당 AI를 제거할 것이다. 또한 지금까지 제작된 모든 AI는 언제든 파괴가 가능하도록 이마에 연결한 산탄총을 내장하고 있다. 주인공인 케이스는 AI를 임의로 향상시키려는 음모로 튜링경찰에게 체포된다. 그리고 제네바의 인공지능 재판에 회부될 것이다.

'당신은 바보보다 더 나쁜 사람이로군요, 자신이 속한 종에 대해서 생가해 봤나요? 인류는 수천년동안 악마와 계약하고 싶어 했어요. 그리고 지금 와서야 그런 일이 가능해졌죠. 하지만 당신은 뭘 바라는 건가요? 이런 존재가 자유롭게 풀려 나서 성장하는 것을 돕는다고 해서 얻는게 뭐에요?'


* 육체 인형에 대하여

'여자가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며 독일어로 무언가를 중얼거렸다. 부드러운 눈은 깜박임이 없었다. 자동 조종, 그리고 신경 차단.'

' 일단 차단 칩을 이식하고 나면 공돈을 버는 거나 마찬가지거든, 깨어나면 가끔 몸이 찌뿌둥할 때도 있었지만 그게 다야, 대여업과 똑같은 거야. 일을 치르는 자리에 정작 본인은 없는 셈이지. 가게에는 손님이 원하는 소프트라면 어떤것이든 갖춰져 있었고'

'문제는 지바쪽 클리닉에서 넣어 둔 회로와 차단 소프트가 충돌을 일으켰다는 거야. 말하자면 숨겨져 있던 영업시간이 밖으로 흘러나왔고, 그걸 기억할 수 있게 된거지...'

' 그래서 그 개같은 가게 주인 놈이 특제 소프트를 따로 만들었던 거지. 베를린이 스너프의 본고장이라는 건 알고 있지? 추잡한 짓으로 사업이 벌어지는 곳이기도 하고. 나에게 바꿔 넣은 프로그램을 작성한 녀석이 누군지는 몰라. 어쨌든 온갖 고전적인 소재를 한데 모은것 같은 물건이었어'

'얼굴을 보자마자 바로 알았지. 우리 둘 다 피를 잔뜩 뒤집어쓰고 있었어. 우리 말고 한명이 더 있었는데 그 여자는 거의... 죽었더라. 그런데 그 뚱보 자식이 그러더군. 무슨일이야?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거였지. 말하자면 그 상원의원이 진짜로 하고 싶었던걸 내가 해주고 있었다는 얘기야'


* 기타 특이사항

음성 합성 칩은 거의 꽁짜로 시장에 풀려있다.

닌자 암살자는 인공 배양되어 활용된다. 냉동 보관 하고 필요할 때 녹여서 쓸 수 있다.

특정 실리콘을 사용하면 자신이 상상하는 것을 상대의 눈에 보이게 할 수 있다. 집중하면 망막을 튀겨버릴수도 있다.

새와 원숭이등의 동물들은 세계적인 유행병이 물러가고 3년후에야 간신히 다시 출현하게된다. 따라서 인간은 동물들의 DNA를 추출하여 복제하려 노력한다. 배양체가 아닌 '키운' 동물은 상당한 가격에 판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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