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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숙된 IT시장에서의 신기술에 대한 생각

최근 여러모로 많은 변화를 겪었다. 그동안 당연하게 생각했던 것들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면서, '여태 너무 한곳만 바라보고 주변 환경을 돌아보지 않았구나', 하는 결론을 얻었다. 그러면서 '끊임없이 배우고 변화해야 하는 IT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시대에 따라 적절한 판단으로 자신이 집중할 분야를 취사선택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을 느꼈다. 물론 여태까지는 한우물만 파도 걱정없이 살수 있었지만, 이제는 그런 좋은시대는 다 지나간듯하다.


그렇게 생각한 이유는.. 이미 왠만한것은 다 개발되고 도입된 상태이기 때문이다. (즉, 성숙한 시장) 대표적인 예가 통신시장이다. 나는 현재의 통신 인프라에 99% 만족하는 편이다. 회사든 대중교통이든 어디서든 와이파이를 사용할 수 있어서 가격 부담이 없고, 핸드폰 성능에는 더이상 바랄게 없다. '현재의 기능과 성능을 개선시켜줄테니 돈을 달라'.. 하면 거부권을 행사하는것에서 더 나아가 다른 제공자를 선택할 것이다. 어짜피 모든 기술이 상향평준화 되어있는데다가 IT 특유의 '복제용이성'으로 누군가는 비슷한 서비스를 기꺼이 제공하려 할테니까.


성숙된 시장은 자연스럽게, 질적성장대신 가격경쟁력 강화(비용 줄이기) 측면으로 발전할 수밖에 없다. 하드웨어만 마련되면 인력들이 벌떼처럼 달려들어서 개발하는 SW바탕의 IT시장구조에서, 비용을 줄이는 방법은 결국 인력 감축밖에 없다. 고객은 추가비용을 감수하면서까지 새로운 기능을 원하지는 않으므로, 기존 제품을 유지보수 하는 인력 이외에는 모두가 감축의 대상으로 보일 수밖에 없다. 그리고 유지보수는 점차 가격경쟁력이 있는 외주업체에 맡겨지게 되겠지. 쓰고보니 암울하네...

 

이런 상황을 타개할 방법으로 두가지 방안을 떠올릴 수 있겠다. 첫번째는 고객에게 추가비용을 요구하지 않으면서 기존 제품에 기능이나 성능을 개선해 주는것이다. 이를 통해 경쟁자로부터 고객을 빼앗기지 않을 뿐 아니라, 치열한 경쟁에서 생존력을 강화시켜 대체될 수 없는 독보적인 업체로 거듭날 수 있다. 하지만 추가적인 비용없이 개선을 이뤄낼 수 있을까? 이것은 말그대로 '뼈와살을 깎는 고통'을 요구할텐데, 개인이 아닌 집단이 이를 이해하고 한마음이 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그리고 이미 기존 제품에 왠만큼 개선사항은 다 반영한 상황일텐데 추가적인 개선을 이뤄낼 수 있을까? 제품 개발에 초점을 맞춰 오직 한길만 간 상황에서 새로운 길을 찾는데에는 오랜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 결국 이러한 상황은 탄탄한 체력(자본)을 바탕으로 기나긴 싸움(기술경쟁)을 이어나가는 모습을 상상하게 한다. 물론 이 모든 가정은 경쟁자가 없다는 가정하에서다..


두번째는 2-1) 기존 제품과 동일한 기능을 제공하면서도 더 저렴한 가격에 제품을 생산해 내거나 또는 2-2) 기존 제품에서 찾아볼 수 없는 새로운 기능을 제공하는 것이다. 이는 새로운 기술을 통해 구현 가능하며, 이 두가지 조건을 동시에 만족하는 기술이 유망기술이라고 소개된다. 단, 2-1)의 경우는 기존 제품과 동일한 수준(성능, 안정성, 편의성)을 보장하지 못하기 떄문에, 2-2)의 경우는 새로운 기능이 기존 기능과 차별화 되지 않거나 매력적(무쓸모)이지 않기 떄문에 도입이 저지된다. 따라서 두번째 방법은 '기존 제품에 가격 경쟁력과 혁신성을 추가'해야 성공할 수 있다고 바꿔쓸 수 있고, 기술은 이를 위한 하나의 도구라고 이해할 수 있다. 결국은 첫번째와 두번째의 목표는 같고, 새로운 기술을 적극적으로 도입하느냐 마느냐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갑자기 든 생각인데, 첫번째는 팔도비빔면 1.2(가격은 그대로, 중량은 20%상승)을 떠올리고, 두번째는 신공법으로 만든 컵스프(따뜻한 물에 타서먹는 스프)의 예시를 떠올리게 한다.


기술에 치중하지 않는다는 접근은 중요한데, 기술만을 내세워서 제품을 홍보하는 경우를 IT세계에서 흔히 볼 수 있기 떄문이다. 제품을 블랙박스 형태로 인식하고 홍보하는것이 중요한것 같다. 에를 들어 '이 제품은 최신의 ***기술을 사용했습니다' 라고 홍보하는것 대신 '이 제품은 기존 제품과 동일하지만 반값입니다' 라고 홍보하는것이 더 좋다는 것이다. 물론 마케팅 용어로써 ***기술을 내세우면 자연스레 낮은가격과 혁신성이 떠오르겠지만, 동시에 고객은 이 제품이 동일수준일지, 매력적일지에 의심을 품게 된다. 만약 동일한 블랙박스로 취급될 수 없다면, 그 제품은 기술적으로는 괜찮지만 팔리지 않는 제품이 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이 '블랙박스론'에 문제가 있다. 실물제품에 비해 엄청난 구조적 복잡도를 갖는 IT제품들은 기존 제품의 기능을 100%모사해내기는 상당한 어려움이 있다. 또한 기존 제품을 따라하다가 신기술 고유의 특성을 해치게 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접근은 기존 제품의 subset을 구현한 light 버전을 신기술을 바탕으로 생산하고, 이를 특정한 고객에게 저렴하게 판매하는 것이다. 이후 점차 subset의 구현범위를 넓히고 자연스럽게 full버전을 구현하록 하는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개발자와 고객 사이에서 소통하는 Solution Architect의 역할이 중요하다.  그리고 앞으로 가격경쟁이 심화되고 기술 발전 속도가 빨라질수록 제품개발사에서는 기술전문 SA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 될 것이다.


그와중에 개발자는 어떻게 해야할까? '어떤 기술이 뜬다더라' 라는 말만믿고 무작정 그 기술을 공부하는것은 바람직하지 않은것 같다. 마치 '이 테마가 뜬다더라' 하고 무작정 테마주를 사는 느낌? 시장을 두루 넓게 보면서 흐름을 살피다가 어느정도 모멘텀이 보인다 싶을때 투자를 늘리는것이 좋을 것 같다. 쌩판 모르는 분야에 갑자기 투자하는것보다, 자신의 보유기술과 연관성을 염두하여 살짝살짝 보고있다가 자연스럽게 마이그레이션 하는 모습이 가장 좋은것 같다. 그래야 에너지 소비도 적고 전체적인 view도 생기는것 같다. 문제는 많은 개발자들이 자기할거 바쁘다고 다른곳을 볼 생각을 안한다는것, 그리고 개발자 특유의 옹고집. 예전까지는 굳이 이럴필요는 없었는데, 서두에 말했다시피 이제는 과포화/과성장된 시장과 오픈소스의 발전으로 어쩔수 없이 개발자에게 이러한 추가적인 소양이 요구된것 같다.


원래 생각한 주제는 이게 아니었는데 쓰다보니 곁길로 새버렸네.. 결국 하고싶은 말은 시장에서 살아남으려면 1. 신기술을 익히기 싫다면, 살을깎는(끔찍..) 각오를 하고 있어야 한다는것 (하지만 경쟁자들이 치고 들어오겠지), 2. 아니면 코어 기술과 (뭐가될진 모르지만)신기술을 자연스럽게 매핑시킬 수 있는 '소양'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가끔, 주위에선 태평한데 나만 이렇게 호들갑 떠는것처럼 느껴지기도 하는데, 그것은 내 원천이 가볍기 때문이거나 또는 (배울게 많은) 이런 상황을 즐기고 있어서 그런것 같다. 글쓰다보니 지난번 SA 오퍼왔을때 꼭붙잡을껄하는 생각도 쪼금 생겼다...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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