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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일의 썸머를 보고

와이프가 재택근무하면서 밖을 못나가니 심심해해서, 잠자기 전에 예능과 영화를 하나는 꼭 챙겨보고 잔다. 코믹한 로맨스영화를 좋아하는 와이프 취향에 맞춰서 (와이프는 영화를 잘모른다. 게다가 취향도 다름..), 귀엽고 발랄한 이미지가 인상깊었던 '첫키스만 50번째' 영화를 보려고 했는데 헷갈려서 '500일의 썸머'를 대신 보게되었다 (500일동안 첫키스한것으로 착각). 아주 옛날에 한번보고 수년이 흐른 지금 '우연치 않게' 본건데 느끼는 바가 많아 글을 쓰게 되었다.

 

예전에 보았을때는 여주인공이 나쁜x이고 순진한 남주인공이 당했다 정도로 이해하고 별로 감흥없는 영화로 기억했는데 (그러니 제목을 헷갈리지..) 지금와서 보니 완전 반대로 이해하고 있었다. 여자는 처음부터 명시적으로 합리적인 계약조건을 제시하였고, 남자는 이성을잃고 매달리다가 계약위반한주제에 자기 잘못한건 모르고 여자만 욕하는 상황이었던 것이다. 관련해서 요즘드는 생각은 '많이 좋아해주고 정성을 쏟을지라도 타인이 자신을 좋아할 이유는 없다'는 것이다. 일방적으로(one-way) 선물사주고 재미있게 해주면 상대가 자기랑 사귀어야하는 의무가 생기나? 마치 연애시뮬레이션마냥 포인트쌓으면 자연스럽게 다음단계로 넘어간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종종있다.

 

나무위키에 이 영화에 대한 나름의 해석이 적혀있었는데 나는 역시나 조금 다른 해석을 들이밀고 싶다. 나는 다른방식으로 여자에 공감한다. 나는 최근까지도 사랑이라는게 무엇인지 모르고 살아왔다. 내가 사람을 사귀었던 이유는 개나소나 사랑한다고 노래를 부르는데 대체 무엇이 사랑인가 느낄수있을까 해서. (엥 사랑 그거 그냥 미디어가 돈벌려고 만든 단어 아니냐??) 그리고 내가 상대를 배려하는 부분이 평소에도 많이 부족한데 사귀는 행위로 그나마 이런 감성적으로 부족한 부분을 학습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탐구적이고 자기개발적인 측면이 대부분이었다. 물론 누군가와 매우 밀접하게 지내고나면 그 헤어짐은 슬픈것이었지만, 이는 애착을 가졌던것을 상실한다는 아쉬움이었지 영화에서 말하듯 '머리카락을 잘라도 아프지 않은 그런 느낌'이었다.  

 

그리고 나는 운명을 믿지 않았다. 공통적인 취미나 관심사를 가진사람이 만나면 자연스럽게 친해지고 그 농도가 진해져 사랑(?)으로 진전될 수 있을것이라고 믿었다. 만약 그들이 말하는 '운명'이라는게 있다면 "(1) 유전학적으로 매칭되는 누군가를 한눈에 보고 생물학적 반응의 부산물인 호르몬으로 인해 사랑한다는 착각을 받게되어 (2) 순식간에 결혼까지 이뤄내지만 (3) 얼마 지나지 않아 그 호르몬이 감소함에따라 상대를 객관적으로 인지하게 되고 (4) 그러다보면 공통점이 없고 강력한 차이점만 발견하여 결혼생활이 파국으로 이르거나 또는 (5) 타의/타성에 의해 감흥없는 결혼생활을 이어가고 아주 사소한 결실(출산 또는 집안일을 남이 해준다는점)을 확대 해석하며 (6) 자기위로를 하다가 발전없는 생을 마감할것이다" 라는 시나리오를 항상 생각해왔다. 따라서 공통적인점을 온전히 파악한후에 결혼해야만 한다고 믿었다. 또한 결혼은 90%가 손해보는 일이다라는 생각을 항상 해왔다.

 

그랬던 내가 여주와 마찬가지로 아주 짧은순간에 누군가를 만나 결혼을 했다. 그부분은 영화의 마지막에서처럼 남주의 마지막 행동과 이야기가 비슷하다. 우연히 만남이 이뤄지고, 혹시해서 한번 더 연락을 했다. 여러 사람들을 만나며 혼란스럽고 고생스러운 '여름'을 보내고, 그동안 쌓아왔던 양분으로 열매를 이뤄내는 '가을'을 만난것이다. 만약 언제까지나 운명만이 오기만을 기다리며 그 기회를 그냥 스쳐 지나갔더라면 남주나 나나 어떻게 되었을까. '신과 운명'을 부정하고 오직 '논리와 노력'만이 삶을 변화시킨다고 살아왔지만 요즘들어 더더욱 그것이 아님을 느끼고 있다. 분명 운명은 존재하고 운칠기삼이라는 말에 공감한다 (오히려 운9기1가 될지도..). 대신 아무리 '운명'이라고 하더라도 그 운명에는 '시도'라는게 필요하다는게 결론이고, 그 운명을 캐치하고 활용하는 능력을 미리미리 개발해놓는것이 인생에 있어 가장 중요한 점이라고 본다. 야구로보면 볼을 잘보고 잘 휘두르는것? 한번만 제대로 홈런치면된다. 

 

그럼 누구를 만나고 누구와 결혼해야 하는것일까? '타인의 취향'이라는 영화가 있는데 약간의 힌트를 주는것같다. 선입견을 가지고 누군가를 판단하는것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것, 그리고 뚜렷한 목적과 이유를 가진 '진심'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인다는 것이다. 나와 와이프는 취향이 너무나 다르다. 가끔씩 답답하거나 아쉬운점이 있지만 그것은 큰 문제가 아니다. 서로가 진심으로 대하고 최선을 다한다는것은 이러한 '다름'을 극복한다. 이런 진심은 사랑 뿐만 아니라 모든 사회생활에서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고 생각한다. 단, 이런 진심의 눈을 닫아버리고 가식과 허울로 본인을 덮은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 그런 사람들은 아무리 취향이 같아도 소용이 없다. 요즘 식스센스라는 예능을 챙겨보는데 두번 다 고민없이 맞췄다. 특히 고수라고 하는 사람들은 그런 진심이 더욱 강하게 느껴진다. 나는 예민한 사람이라 그런 촉이 바로온다. 나는 와이프를 처음 만날때부터 느꼈다. 이사람은 보기드문 찐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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