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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향 리오넬 브랑기에의 프로코피예프를 감상하고


블로그를 다시 살리려고 한참 노력하는 시기라서, 이참에 어제 다녀온 '서울시향 리오넬 브랑기에의 프로코피예프'공연에 대해 잊기전에 정리해 보려고 한다. 우선 결론을 말하면 '아쉽다.'라는것. 프로코피예프부터 시작해서 라벨, 거슈인까지 정말 좋아하는 작곡가와 그들의 작품들로 구성되어있어서 오랜만에 신나게 한번 놀아보자~ 하는 마음으로 갔는데, 기대에 미치지 못한 부분이 몇몇있어서 아쉬웠다. 개인적으로 그 작곡가가 추구하는 방향을 재대로 살리지 못했다는것이 가장 걸렸다. 혹시해서 언급하는데 슈텐츠+서울시향의 다른 공연들은 매우 만족스러웠다는것을 밝힌다.


우선 프로코피예프 교향곡 4번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프로코피예프의 가장 큰 매력으로, 다이나믹한 양감으로부터 나오는 경쾌한 리듬감과 이에 뒷받침되는 익살스러움을 개인적으로 꼽는다. 그런 매력이 가장 돋보이는 작품으로 발레곡 로미오와 줄리엣의 기사들의 춤 (Romeo and Juliet, No 13 Dance of the Knights), 또는 피터와 늑대의 피터 테마(Peter and the Wolf, Peter theme) 등이 있다. 앞에 언급된 춤곡을 장송곡처럼 연주하는 경우가 몇몇 있는데, 같은 곡을 가지고 그렇게 다른 분위기가 나오는데에는 그러한 양감을 자유자재로 주무르느냐의 여부에 따르는것 같다. 그런면에서 본다면 이번 공연에서는 그런부분이 약간 아쉽지 않았나..라는 생각이 든다. 대체적으로 리듬에 대한 그런 경쾌한 자유로움이 국내공연에서는 아쉬운 경우가 종종 있던것 같다. 


그에 뒤이어 문지영 피아니스트가 나오며 라벨 피아노협주곡 G장조를 연주하였다. 이 곡은 개인적으로, 직접 피아노파트를 연습하면서 거의 외우다시피 할 정도로 좋아하는 곡인데, 기대에 미치지 못했던 부분이 많았다. 이 글을 쓰게된것도 이 곡에 대한 애정, 그리고 아쉬움때문인것이 상당히 크다. 전체적으로 오케스트라의 위태위태한 박자감 (서로 싱크가 안맞는듯한...), 다른 파트에 비해 티나게 빠르게 치고나가려는 현악파트(콘트라베이스?), 그리고 비실비실한 기악파트, 여기에 오케스트라와의 균형과 작곡가의 분위기와 맞지않는 피아니스트의 연주가 더해져 종합적으로 아쉬운 연주였다. 사실 이러한 문제는 다른 곡들에서도 약간씩 느껴지긴 했지만 크게 거슬리지는 않았었는데, 유달리 이 곡에서 그게 많이 걸린건 역시나 내가 이곡을 그만큼 애정하기 떄문이 아닐까?


우리나라 피아니스트들의 연주를 들어보면 쇼팽이나 라흐마니노프등의 레파토리에 최적화된것 처럼 느껴지는 경우가 종종있다. 이걸 뭐라고 딱부러지게 설명하기는 어려우데, 왠지 부드럽고 정형적이고 힐링힐링한 느낌을 주거나 감정의 등락이 심하지 않은, 그런 느낌을 주는 연주를 많이듣는다. 한마디로 재미없는 범생이 음악스타일이 잘어울리는것같은 느낌이다. 문지영님의 연주를 많이 들어보진 않았지만 아무래도 그런 런 느낌으로 연주해오셨지 않았을까하고 조심스럽게 추측해본다. 특히 개인적으로 두번째 악장을 떠올릴때면, 담배를 물고 먼곳을 바라보며, 1악장에서 열심히 달린 후 덤덤하게 고독을 느끼는 Samson Francois 의 모습이 떠오르는데, 이번연주에서는 아름다운 드레스를 입고 '아름다운 밤이에요,'라고 기교를 뽐내며 말하는 20대 여성의 모습이 연상이 된다. 


그리고 건반터치가 너무 딱딱하고 날카로워서 라벨 특유의 보드라움이 느껴지기 어려운것이 있었다. (그래도 리스트류의 그런 날카로움은 또 아니다) 또한 페달은 또 너무 밟아놓아서 파리지앵 특유의 깔끔한 시크함이 사라져버리기까지 했다. 이 뒤에 앙코르로 나온 라벨의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Pavane pour une infante défunte) 에서도 이러한 비슷한 느낌을 받았는데, 그러면서도 추가로 생각든 것, 이분은 협주보다는 독주가 어울리는 스타일이구나. 박력넘치는 피아니스트는 아니라서 협주를 하면 묻히게 되는 경향이 있고 그러다보니 강약조절이 잘 안되는 느낌이었는데, 독주할때에는 그래도 뭔가 제어가 되는 느낌을 받았다. 파반느 연주할때는 내가 아는것에 비해 건반이 조금 추가되며 좀더 웅장한 느낌을 줬던갓 같은데 기분탓일까. 피협떄도 약간 정음계로 바뀐듯한 부분이 있던것같은데 아마 기억의 왜곡일지도..


피아니스트가 떠난 후 파리의 아메리카인이 연주되었다. 이곡은 강력한 기악파트가(트럼펫) 분주한 파리의 경적소리를 나타내는듯한 느낌을 주며 시작해야하지만 그부분이 살지않은 느낌이었고, 위에서 적은바와 마찬가지로 파리와 미국이 상징하는 그런 자유로운 리듬감이 살려지지 않아 아쉬웠다. 거슈인이 추구하는 '심포닉 재즈'에서 재즈가 빠진, 다시말해 재지하지 않은 느낌이 들었던 것이다. 그러고보니 다른 이번 공연의 다른곡들에서도 이런 '재지'한 맛이 특징인데 이 측면이 부족했다고 정리할 수 있겠구나. 그래도 맘에들었던것은 배나온 할아버지 바이올리니스트가 너무나 열일을 하셨다는거였다. 바이올린 파트의 소리를 유심히 듣다보면 유달리 눈에띄는 소리가 들리는데 그게 이 할아버지 꺼였고, 파리의 아메리카인의 솔로파트에서 그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나는 연주자들의 표정에 집중하면서 연주를 듣는데, 이번 공연은 이 할아버지 덕분에 재밌게 볼 수 있었다. (그런면에서도 지영님의 표정은 약간 아쉬웠다. 물론 쇼맨십을 바라는건 아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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